# 불연듯 떠오른 생각을 실행에 옮기다.
답답한 가슴 어찌할길이 없어 불연듯 떠오른 여행을 과감히 실천..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검색해봐았으나, 해외는 만단위가 아닌 십만/백만 단위였다. 그리고 머리식히러 가는건데 패키지로 이리저리 다니는 것도 부담스럽고 돈도 돈이고 해서 제주로 급 결정. 모든 끼니를 민박에서 해결하는 쪽으로 찾다가 시간 관계상 많이 찾지 못하고 검색결과에서 제일 낳은 글라라 민박으로 확정. 대딩들 방학되면 붐비기에 담날 비행기를 바로 인터넷으로 예약했다.
# 김포공항에서 제주공항까지는 짧다.
국내선은 크고 나서 처음이라 김포공항 탑승수속이 좀 낯설었다. 그래서 여유있게 공항가서 발권하고 점심먹고 탑승. 이륙하고 음료 서비스 한잔 마시고 전자사전 꺼내서 잠깐 뭐좀 하나 싶더니 랜딩시퀀스로 돌입.. 역시 땅이 좁아서.. 그래도 간만에 비행기도 타고 섬에 도착하니 기분이 개운?
# 제주에서 민박집가는데 생긴 돌발 상황
민박 주인 아주머니께서 알려주신데로 시외버스를 타고 목적지로 향했다. 제주 택시는 기본요금 2,200원에 100원씩 올라가는데, 그 짧은 공항서 시외터미널까지 요금이 2,900원이 나왔다. 택시이용은 거의 안하는게 좋을 듯.. 그리고 시외버스는 T-머니가 되었다. 하지만 돌아갈때 버스에 대보니 사용할 수 없는 카드. 아마도 제주지역에서만 가능한 교통카드가 있겠지.. 쩝. 터미널 내외관은 시설이 많이 노후되어 있어서 좀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혹시나 해서 네비를 들고 갔는데, 쓸모가 있었다. 네비로 민박집 주소를 찍고 버스안에서 루트를 보고 있었기에 약 10분 정도 남은 거리에서 거의 다 도착해간다고 전화드렸다. 그런데 그 직후에 버스가 원하는 루트에서 사악 꺽는게 아닌가.. 결국 기사님께 목적지에서 가장 가까운 정류소에서 내려달라고 부탁. 남원읍사무소에서 내리니 300미터 정도면 픽업나와주신 아저씨를 만날 수 있었다. 이렇게 민박집에 도착해서 시간을 보니 5시가 거의 다 되었다.
# 짐풀고 이런저런 잡생각..
저녁으로는 성게 미역국. 아주머니께서는 비싼거라고 웃어보이신다. 개인적으로는 값어치보다 이렇게 직접 채취한 싱싱한 재료를 먹는게 좋다. 이게 민박의 좋은점 이기도 하구 말이다. 식당은 조미료가 있어서 가급적 그분들 인심과 얘기를 듣기 좋은 민박을 선호한다. 먹으면서 아저씨의 유기농 감귤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고 다 먹고 나서는 감귤 한접시 먹으라고 건내주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그래도 제주 왔으니 올레길 가보는게 좋지 않겠냐라고 하셨다. 여기는 5코스로 5-6시간이 소요된다고 하셨다. 트래킹을 할 생각은 없었지만, 역시 가만히 있는것 보다 걷는게 잡념도 덜 생기고 좋을 듯 하여 그러기로 급 결정. 이런 것도 나름 괜찮은 묘미로 생각하면 그만인 것이다. 민박의 위치가 살짝 언덕에 있고 방도 3층이라 창밖으로는 바다를 전망 할 수 있기에 원래는 책이나 읽고 창밖 풍광이나 즐길 요량이였으니까 말이다.
# 5코스 올레길의 시작, 남원포구.
다음날 아침 해뜨는 8시쯤 일어서나 밍기적 거리다 씻고 나와서 근처 식당에서 아침을 사먹었다. 5코스 거리는 대략 14km 이다. 남원포구 부터 살포시 시작. 시간을 보니 오전 10시이다. 어제 비가 내린 후라서 하늘은 맑고 거리는 깨끗한 느낌이다. 하늘의 구름으로 봐서 낮에 햇살은 살짝 더울듯 하였다. 어제의 일기예보에서는 낮기온 18도. 5월 중순정도의 기온. 그래도 아침은 좀 싸한 느낌이라서 가디건을 챙겨입고 나왔다. 섬 여행이 좋은건 바다가 보이는 길을 걸을 수 있어서 좋다는 것. 그리고 주변에 동산을 끼고 걷다보면 한쪽에서는 파도소리와 다른 한쪽에서는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서라운드로 들을 수 있다. 이 기분은 섬길에서만 느끼는 묘한 매력이다. 이렇게 시작해서 코스를 걷기 시작했다.
# 올레길 트래킹(큰엉 경승지에서 위미항을 지나기까지..)
포구를 지나가는데 짠내음은 그리 심하지 않았다. 어제의 비 탓인지.. 돌아와서 물어보니 제주는 비릿한 냄새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리고 곧 큰엉 경승지 산책로 입구를 만났는데, 이 산책로는 바다를 보면서 걷는 경치가 아주 그만이다. 길도 잘 정비가 되어 있어서 곳곳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가는 길의 이정표가 가끔 헤깔릴 때가 많았다. 그리고 있는 이정표에는 코스와 방향뿐 대략 몇km 지점인지는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았다. 입구에서 찍어 놓은 사진을 보고 대략 어느 정도 왔는지를 유추할 뿐이였다. 영화마을을 지나서는 벗어나서는 여느 해안가 시골길, 집 앞길을 걷게 되는데 오랜만의 파도소리와 바닷바람을 실컷 듣고 맞아서인지 약간은 어질한게 있었다. 기분탓인가.. 큰엉 산책로 탓인지 위미항을 지나기 까지는 약간은 밋밋한 느낌도 들더라.. 바로 앞에 바다가 보이는 위미항 부근에서 잠깐 쉬었는데 12시가 막 넘어가는 시점이어서 그런지 바람이 제법 시원하였다. 제주 특유의 화산지형으로 인해서 바닷가 돌은 온통 검은색 일색이었다. 이런 돌담길은 5코스 거의 마지막까지 쭈욱 이어진다. 그리고 가는 중간중간에 작고 아담한 백사장 같은 해안을 볼 수 있었다. 둘이 오붓하게 앉아서 얘기하기에는 딱 좋을 듯한 장소까지.. 우후훗. 위미리를 벗어나는 지점까지 2시간 반정도 걸린거 같았다. 공천포를 지나갈 때는 1시 10분전 정도 되었는데, 허기진건 아니였지만 횟집을 본 순간 한접시 먹고 갈까 하다가 쇠소깍에 먹을께 있겠지 하고 지나쳤다.
# 올레길 트래킹(공천포를 지나 마지막 쇠소깍까지)
위미항을 지날때는 잠깐 해안가 백사장까지 나왔다가 주변 도로로 들어가는 지점이 있었는데, 돌이 많아서 지나가기 살짝 버거웠다. 이럴줄 알았다만 신발을 좀 편하게 신고 오는건데.. 근데 위미에서 망장포구를 지나는 구간은 이런 지점이 서너차례 있었다. 그래서 트래킹화가 더욱 간절해졌던 순간. 걷기 시작한지도 3시간이 넘고 해서 발에도 피로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망장포를 지나 예촌망 근처에 가니 길은 다시 편해졌다. 해안가를 걷다보니 야자수에 돌담도 키높이 만큼 쌓아 놓은 집들이 간간히 있었는데, 바로 앞 바다가 보이는 곳이라 휴양지나 전원 생활을 하기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아보였다. 집구경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사유지라 그럴 순 없었고 밖에서 이국적인 정취만 느끼고 갈길을 재촉해야 했다. 코스의 마지막 부분인 예촌망을 지나서 쇠소깍으로 향했는데, 쇠소깍은 관광지여서 인지, 포장도로로 연결되어 있었다. 부지런히 걸어서 도착해보니 작은 해변과 해변 한쪽으로 바다와 민물이 만나는 지점이 보였다. 한코스의 시작과 끝지점이다 보니 사람들은 제법 많이 보였다. 관광지라고 하기 보다는 한 지점이고 다른 곳과는 유달리 경치가 이뻐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 점심을 먹어야 했기에 사진은 끼니를 해결하고 찍을 요량으로 근처 식당에서 들어갔는데, 한끼에 1만원. 주위에 밥집이 한곳이라서 먹었지만 솔직히 양에서나 질에서나 돈값은 못하는 듯. 나와서 백사장에 잠깐 들어가서 좀 보다가 사진만 몇 장 찍고 직접 뗏목은 타지 않았다. 주위의 절벽과 풍광이 아담하니 포근한 느낌이다. 이때부터 디카 배터리가 없다고 경고등이 뜨더니 마지막 사진을 찍자 아웃 되버렸다. 쩝..
# 민박으로 돌아와서 아쉬운 리턴 준비..
여튼 다시 돌아갈 버스를 타기위해서 정류장까지도 쭈욱 걸어서 대로로 나가야 했다. 셔틀버스나 비슷한 교통수단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정류장까지도 한 25분 걸었다. 그리고 어제 내렸던 남원중 근처까지 단 15분. 뭐 좀 금방와서 싱겁긴 했지만..ㅋ 제주는 버스에 번호가 없고 서귀포나 성산 방면. 이렇게만 있어서 목적지로 가기 쉽지 않다. 정류소에 방면별 시간표가 있으니 행선지에 대한 정보가 자세해야 찾아서 탈수가 있다. 나중에 공항 갈때 정류소에 보니까 버스도착안내시스템이 LCD로 정보를 보여주더라.. 하지만 주요 관광지에만 있는듯 하다. 여튼 다시 방으로 들어와서 넷북으로 지금의 여행기를 대략 정리해서 블로그에 임시저장을 해두고 감귤좀 몇개 먹고 쉬다보니 어느덧 6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공항에 늦지 않으려면 저녁을 먹고 7시 전에는 버스를 타야 넉넉하여 아주머니께 식사시간을 물어보니 6시 반이면 준비가 되실듯 하였다. 아저씨가 오시고 마지막 식사를 같이 했는데 막상 가려니 좀 아쉬웠다.
# 다시 서울의 겨울 속으로..
날도 따뜻하고 이렇게 올레길 완주하면서 좀더 기운을 얻고 싶은 마음이였다. 7시가 조금 넘어서 갈길을 서둘러 갈길을 재촉하여 인사를 드리고 나왔다. 정류장에서 마침 공항가는 버스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타서 공항에 출발 40분정도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렇게 기내에 몸을 싣고 서울로 돌아왔는데, 답단한 공기와 차가운 바람, 그시간에도 꽉 밀려있는 도로가 제주를 더욱 생각나게 한다. 이렇게 해서 짧은 일탈을 마쳤고 여장을 풀고 바로 잠이 들었다.
5코스 하나만 돌아 봤기 때문에 굳이 어느 올레길이 더 좋다라고 하기 어렵지만, 바다와 만나는 여러길을 걷다보면 어느 곳이던 가는 길이 곧 그림이되고 한폭의 풍경화가 되는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