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식에 관한 기사를 접한 내용을 토대로 자주 가는 식당에서 느낀 것을 두서없이 적어보려한다. 먼저 기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한식의 세계화와 관련한 인터뷰였고 미국에서 한국 음식의 인기가 높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음식 가격에 대해서 언급했는데, 피자나 스파게티, 스테이크, 커피 등으로는 높은 가격을 지불하면서도 정작 된장찌게나 백반 종류의 한식에는 5천원이 넘어가면 손사레를 친다는 것이였다. 고급레스토랑에서 좋은 재료와 멋진 인테리어로 가격이 높다면 수긍하면서, 한식이 가격이 높다는 것은 대부분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라는데 대해서 그 요리사는 한국인의 잘못된 인식을 지적하고 있었다. 우리 한식이 훨신 웰빙인 음식이고 손이 많이 가며 정성도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였다.
나도 이런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었다. 그리고 전적으로 동감했다. 또한 오늘 어린 학생이 가격표에서 5-6천원대의 메뉴를 보고 발길을 돌려서 근처 값싼 3.5천원짜리 식당으로 가는걸 보고 실망을 금치 못했다. 그 학생의 차림과 가방은 브랜드 제품으로 저렴한 제품이 아니였다. 그리고 스타일을 살려서 입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그다지 돈에 압박을 느낄만 한 집안의 자식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생각해보자. 아니, 직접 장을 보고 찌게 한번 끓여보라고 말하고 싶다. 요즘 물가에 된장찌게를 5천원으로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인건비+재료비+관리비를 짐작해봐도 남는 장사를 하려면 양질의 재료를 쓰기 어렵다. 죄다 중국산 저급 제품이 아니면 가게도 유지하기 힘들것이다. 그런데 내가 가는 식당은 그렇지 않다. 사장님은 재료에 대해서는 국산을 고집하시고 들어가는 재료도 보통 식당보다는 더 진하게 맛을 내신다. 사실 나는 좀 싱거운걸 좋아한다. 하지만 불평하지 않는다. 그건 사장님께서 음식을 만드는 철학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재료들은 내 눈으로 원산지가 어딘지 직접 본다. 그리고 쌓여 있는 햅쌀포대, 계절마다 전국 각지에서 주문하시는 비싼 재료들을 보면, 5~6천원대의 가격이 오히려 싸게 느껴진다.
상황이 이런데도 가격을 보고서 "비싸네" 하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심히 불쾌하다. 스타벅스, 버거킹, 피자헛에서는 비싼돈 주고 잘도 사먹으면서, 더구나 주식이 아닌 '차'나 군거짓거리에 밥 값보다 더 많은 돈을 쓰면서 날마다 먹고 생명유지 활동을 하는데 쓰는 돈은 그런 취급을 하다니.. 벤츠에 싸구려 휘발류 넣고 다니라면 그렇게 잘 안할 듯.. 엔진오일 교환으로 싸구려 광유 넣으라면 펄쩍뛰고 고급 합성유 넣을 사람들이다. 세월이 흐르고 모든 신체 기능이 노화되는 노년기, 아니 그 보다도 더 먼저 몸에서 보내는 이상 신호를 감지하게 될 것이다. 모든 이치가 그렇다. 100%에서 80-70%까지 가는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리고 잘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60-50%로 떨어지고 30-20%로 주저 앉는건 세월의 빠르기 만큼이나 빠르다. 그걸 복구하는데 시간은? 지나온 시간에 갑절 이상이 필요하다. 이건 불변하는 진리같은 것이라 그렇게 믿고 있다.
백반 가격이 오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재료의 저급화를 부추기는 격이다.
의식주가 인간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은 익히 잘 아는 것이고 그 중에서도 먹는 즐거움은 매일 느끼지 않을까? 더 나아가서 요즘 유행하는 깨끗한 몸속 건강 지키기 같은 붐을 보더라도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강조할 필요도 없다. 아니, 아마 너무 흔해서 간과하는 사람이 많은거 같다. 그러다 배탈이라도 한번 나면 그때서야 좋은거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하겠지. 병은 스스로 부르는 경우도 많다.
추가로 생각해 볼 내용이 있다. 갈수록 서구화되는 식습관이다.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 동물이다. 아주 쉽게 생각해보자. 러시아, 영국, 미국, 동남아 등지의 음식이 왜 다를까? 이 나라 사람들의 성향은 다 같을까? 서구화되어서 좋은점과 나쁜점은 알고 있을까? 사실 좋은점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특히 패스트푸드. 사람의 성격과 식습관에도 연계성이 존재한다. 근거를 제시하기엔 검색시간이 부족해서 탈이지만, 육식을 주로 하는 서양인쪽이 동양인에 비해서 좀 더 포악하다. 그리고 기후나 지형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도 환경에 도태되지 않으려면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한국인은 한국음식에 맞게 신체가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당연한 얘기 아닌가. 쌀을 주식으로 하는 민족인데, 거기에 맞는 턱구조 치아, 위장구조, 장 운동 등.. 그런데 의학 상식인 죄다 서양 것을 기준으로 했던게 엊그제 같다. 물론 우리 한족도 고대부터 그에 맞는 먹거리에 맞게 신체구조가 변화해 왔겠지만, 지금의 변화는 가히 발전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 않을까.
|